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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무기] 국산 군용차량 개발사(마지막)
5664
200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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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993/12/14) [산업전략군단사] (176) 오원철 <기아경제연구소 고문>

나(필자)도 이날 행사에 참여했었는데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고는 상상도 못했다. "시제차가 합격되었다니 생산쪽은 알아서 잘해주겠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국산 지프차가 군에 납품되어 국군의 날에
참가하게 된데 대해 흐뭇한 기분으로 지켜만 보았다.

행사 아나운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산된 군용차의 행렬이 시작됩니다.
우리 국군도 이제는 우리가 만든 차량으로 장비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감격적인 일입니까"라고 자랑스럽게 소개를 했다.

지프차의 행렬이 시작됐다. 1백여대의 차량이 얼룩무늬로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긴 안테나 끝에 나부끼는 삼각형 기를 달고 눈앞으로 행진해 왔다. 차
에는 네명의 군인이 헬멧을 쓰고 앞만 직시하면서 바위와 같은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지휘관이 "우로-봐"하자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군인만이
흰장갑을 낀 손으로 일제히 거수경례를 했다. 1백여대가 전후 종형대열을
맞춰 바둑판모양이 되어 행진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내 좌석 옆에는 외국대사와 무관들이 부부동반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때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한국에서도 지프차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척이나
흐뭇했고 자랑스러웠다.

이때의 지프차 행렬은 그해 국군의 날의 톱기사의 하나로 신문에 보도
됐다. 다음날인가'결재서류를 갖고 서재에 갔을 때 박대통령은 나를
보자마자 "지프차 행렬을 보니 흐뭇하더구만"이라고 했다.

치하의 말이었다. 국방부와 상공부의 방산차관보에게 박대통령의 치하를
전했다. 이러한 치하가 방위산업을 추진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나고 아세아자동차(주)직원이 행사에 출품했던 지프차
를 회수하러 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프차는 이미 모 사단에 배정
되어 버렸던 것이다.

확실한 설명은 없었으나 당시는 일선 부대에 있는 차량들은 모두 노후화
되어 있었다. 국군의 날에 참가했던 모사단장이 지프차가 탐이 나 국방부에
간청을 해서 배정받았다고 한다.

행사를 마친 1백8대는 약간의 수정 보완을 거쳐 최전방 사단에 인계
되었다. 최초의 국산 지프차를 인수하는 사단장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인계인수 현장에서

"우리가 소총을 제2의 생명으로 갈고 닦아 사용하듯이 우리의 국산차를
제2의 생명으로 생각하고 사용하자. 6.25전쟁부터 지금까지 뵌―觀壙
군복 소총 무엇하나 우리가 만든 국산품을 갖지 못하고 그동안 미제를
사용해 왔다. 내 평생 국산 지프차를 타 볼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이 난다"
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설계 제작한 최초의 국산차량을 우리 국군이 사용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일은 후에 애프터서비스 문제로 큰 시련을
겪게 되는 원인이 됐다. 군에 배치되고 난후 문제점들이 하나씩 노출되기
시작했다.

어떤 부대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세아자동차(주)는 서비스
요원으로 하여금 전부대를 돌아다니며 정성껏 고쳐주도록 했다.

당시 서비스업무를 담당했던 장영섭씨(현 기양실업 사장)의 기억.
"모사단장이 격노해서 "차가 모두 삐딱한데'국산차는 절름
드는
것이야. 당장 반품해 버려"라고 군수참모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내가 긴급
출장을 가서보니 조립작업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쇼크 업소버등이 나쁜 것이
섞여있어 차가 기울게 됐고 따라서 타이어까지도 한쪽만 마모된 것입니다.
자연히 차는 삐딱하게 굴러갈 수 밖에 없겠지요. 부품을 긴급 조달해 1주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않고 고쳐주었습니다. 다 고치고나니 사단장이 "저렇게
정성껏 일하는 것을 내생전 처음 보았소. 이제 기아제품은 안심하고 사도
좋겠소"라고 했다고 합니다.

군수참모가 전하는 이 말을 들으니 그때까지 고생한 일들이 말끔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어요.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속담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렇다. 어떤 공장이든 시운전 기간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일예로 비료공장을 건설하고 난후도 상당기간 시운전을 해야 정상가동이
된다. 하물며 기계만 구입해서 설치했다고해서 자동차가 금방 나오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새로 개발한 자동차를 공장에서 대량생산할때도 처음부터
시제차와 똑같은 합격품이 나오지 않는다. 기계장치에 이상이 있을수 있고'
작업방법에 불합리한 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차를 만들때
하청업체가 1백%의 합격품을 납품했다해도 시행착오가 따른다. 그래서 양산
시험단계가 있는 것이다.

헌데 군용지프차 생산때는 이러한 시운전단계(양산시험단계)를 거치지않고
곧바로 생산'국군의날에 출품했으니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그후 문제를
하나씩 보완해가면서 규격에 맞는 정상적인 차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군의
불평도 가라앉으면서 점차 사랑받는 차가 되어갔다.

한국형 지프차는 78년에 1천3백34대'79년 1천1백95대'80년 2천4백33대등
지금까지 1만6천여대가 납품됐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군용차량은 없어졌다. 한국형 지프차가 국방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프차는 한때 이란에 엄청난 물량이
수출되기도 했다. 81년부터 89년까지 무려 1만4천여대를 이란에서 구입'
일부는 이란.이라크전때 사용되기도 했다.

이란군은 한국산 헬멧을 쓰고 한국산 지프차를 타고 전쟁을 한 것이다.
총과 총알은 북한제였다. 군복도 한국에서 수출했던 기억이 나는데 확인은
못했다. 이란.이라크전쟁은 80년9월 이라크가 이란에 대해서 선제공격을
시작함으로써 일어났다. 직접적인 원인은 75년 양국간에 체결된 국경협정을
이란의 팔레비왕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배경으로 파괴했던데 있었지만 전쟁
은 이라크가 이란혁명으로 내부적 불안을 겪고있는 틈을타 일으킨 것이다.

이란쪽은 다급해졌다. 이란은 팔레비왕때 미군병기로 무장하고 있었음에도
미국과의 적대관계로 병기를 보충받지 못해 어려운 입장이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알다시피 이란.이라크전은
사막전이어서 수송문제 해결이 급선무였다. 화물차는 대형 민수용 트럭
으로도 해결이 되었으나 지프차만큼은 민수용차를 쑬수가 없었다.

이란은 지프차를 찾아 나섰다. 자체 보유하고 있는 지프차와 같은 모델인
지프차를 생산하고 있는 곳을 전세계에 수소문했다. 이때 우리나라의 종합
상사인 효성물산(주)이 정보를 입수하고 "한국에서도 지프차를 생산하고
있고'한국군도 한국산 지프차로 장비하고 있다"는 것을 이란쪽에 알려
주었다. 이란쪽으로서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아낸 것과 같이 기뻐했다.

샘플도 보지 않고 가격만 물어보고는 (값도 깎지 않고) LC를 개설했다.
우리나라측에서 보면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 국내에서 설계한 지프차이니
수출하는데에는 아무 제약이 없었지만 미국과 이란이 적대관계이니 미국
측에서 어떻게 나올까 하는 점만이 문제였다.

효성물산(주)은 품목란에 군용 지프차라고 못박지 않고 적십자용 환자
수송차라고 했다.

80년대에는 완벽한 차가 생산되고 있을 때이다. 당시 수출을 담당했던
이신전씨(현 아시아자동차이사)의 회고를 들어본다.

"80년도에는 국방부에 2천4백여대가 납품 퓸珦 정도이니 기술적으로나
성능면에서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럴때에 이란 수출물량이 터져 나왔어요.
10.26직후라 중화학 과잉투자다'자동차 3사 통합이다'긴축재정이다해서
세상이 뒤숭숭하고 경제가 엉망일때 입니다. 기아자동차(주) 아시아자동차
(주)의 존폐문제도 자주 입에 오르내렸죠.

이런 와중에 이란 수출문제가 나왔던 것입니다. 값도 아주 좋았구요.
아시아자동차(주)로서는 크나큰 낭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81년에 1천1백
26대를 수출했습니다. 재미나는 해프닝도 있었지요. 지프차를 만들어서
시험검사까지 끝내고
냈습니다. 부두에 진열하고 배에 선적
하는 날만 기다렸지요. 그런데 선적하기 바로 전날 이란에서 검사관이
왔어요.

검사관이 지프차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는 것이었어요. 회사에서는 국제
적십자 마크가 세계 공통인줄 알고 지프차마다 빨간색으로"+"(적십자)모양
으로 도장했었는데 회교국에서는 표시마크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반달
모양의 표시라는 것이에요. 전부 수정하라고 강력히 요구해 왔습니다.
선적일은 바로 다음날인데 정말 큰일 났더군요. 적십자 마크를 다시 페인트
칠을 해서 고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할수없이 천을 사다가 적십자 마크위에 붙이고 그 위에다 회교국식 적십자
마크를 칠했습니다. 이 작업도 여러명의 도장공을 고용해서 철야작업을 해
겨우 끝냈습니다. 다음해인 82년에는 9백74대'83년에는 무려 4천9백대를
수출했습니다.

이때가 아세아자동차(주)로서는 즐거운 시절이었습니다.
수지도 맞고요. 상공부 조차도 아세아자동차(주)만큼은 수출독촉명단에서
뺄 정도였으니까요" 한국형 지프차는 이란 군인에게 대 인기였다.

김선홍 회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란관리들은 한국산 지프차에 대해서 극찬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실제로 야전전투를 경험했었고 그 실전경험에서 얻어낸 기술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우수한 군용차가 나왔다는 견해였습니다. 이란관리는 몇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우선 야전전투에 아주 적합하다는 종합적 평가를 했습니다. 사막에서 사용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구조가 아주 간단하고 부품교환
이 용이하다는 평가였습니다. 온종일 전투를 하고난 후에는 망가진 차량
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는데 한국 지프차의 경우는 사용 가능한 부품만
모아서 조립하면 다시 윙윙 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운전병들이 밤새
작업해 고장난차 1백대를 분 조립하면 다음날 아침 50대는 다시 구를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합니다.

구조가 간단하고 부품들이 표준화돼 있어 교환이 가능했고 치수가 정밀
했다는 것이죠. 이말을 듣고 회사책임자로서'그리고 이 지프차를 개발한
당사자로서 무척 기쁘게 느꼈습니다.

셋째 한국 지프차가 아주 견고하다고 하더군요. 이란측은 급하다보니 여러
나라에서 지프차를 구입했습니다. 유럽제 일본제도 있었는데 한국 지프차가
제일 튼튼하다는 거예요. 한예로 부상병을 실어나를때 차량이 모자라서
실을 수 있는 한도까지 부상병을 태우게되는데 한국 지프차에는 환자 9명
까지 운반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한국 지프차에는 보닛위에 사람이 5~6명 올라타도 끄떡도 안했다고 해요.
다른나라 차에는 3명도 못태웠답니다. 이것은 한국 지프차의 보닛철판
두께가 1.2mm 인데 비해서 외국의 것은 0.8mm 이기 때문이죠. 당초 한국형
지프차를 개발할때 0.8mm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1.2mm 로 고집했던 것이 실제 전쟁터에서는 쓸모가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긴급시에는 군용 지프차 보닛위에 짐을 싣거나 사람이 탈수 있어야 합니다.

좀 우스운 이야기도 하더군요. 한국 지프차의 계기류가 간단해서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지프차의 계기는 모두 둥근모양이고 바늘이 돌아가는
식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구식에 속한다고 할수 있는데 전투시에는 이런
계기가 더 신뢰성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더욱이 이란 병사중에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못한 사람이 많아 이런 회전식 계기가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
었습니다.

운전병들은 계기유리에다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금을 긋고 노란색까지는
정상가동'빨간색은 이상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연료계의 바늘이
노란색을 가리키면 휘발유가 있다는 것이고 빨간색이 되면 휘발유를 빨리
보충해야 된다는 식으로 했다는 것이지요. 모든 계기에 이처럼 표시하면
아무리 못배운 운전병도 이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이란정부에서는 한국 지프차가 최고라는 평가를 하게됐고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83년에 5천대나 팔수 있었다.




220.82.***.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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